판소리에는 '조'라는 것이 있다. 판소리의 조에는 계면조(界面調), 우조(羽調), 평조(平調)의 세 가지가 있으나, 중심이 되는 것은 계면조와 우조이다. 계면조, 우조, 평조라고 하는 명칭은 본래부터 판소리에서 쓰이던 것은 아니고, 정악(양반 사대부들의 음악)에서 사용하던 것들이다. 계면조는 '설움조', 우조는 '호령조'라고도 하는데, 본래는 이처럼 순 우리말로 일컫다가 나중에 정악 창조의 명칭을 판소리에 들여다 빌어 쓴 듯하다.
이상의 세 가지 기본 조에 대한 설명은 판소리의 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계면조는 판소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조로서, [육자배기]나 [남도 흥타령]같은 전라도 민요의 가락을 판소리화한 것이다. 슬프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슬픈 장면이나 여자의 거동을 묘사하는 데 흔히 쓰인다.
우조는 가곡, 시조와 같은 정악의 가락을 판소리화한 것이다. 웅장하고 씩씩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장엄한 장면, 남성다운 장면, 유유한 장면 등에 쓰인다.
평조도 우조와 마찬가지로 가곡, 시조와 같은 노래의 가락을 판소리화한 것으로 생각된다. 명랑하고 화창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기쁜 장면, 흥겨운 장면에 주로 쓰인다.
한편, 이 조들을 다시 세분하기도 하는데, 이를 간략하게 도시하면 다음과 같다.
+- ① 진우조 : 호기 있고 위엄 있게
1) 우 조 -+- ② 가곡성 우조 : 점잖고 품위 있게, 품위 있고 우아하게
+- ③ 평우조 : 즐겁고 경쾌함이 지나치지 않게
2) 평 조 -+- ④ 평조 : 화평하고 한가하게, 혹은 담담하고 여유 있게
+- ⑤ 평계면 : 약간 애조를 띠고
3) 계면조 -+- ⑥ 단계면 : 슬픈 감정을 갖고, 혹은 여린 감정을 갖고
+- ⑦ 진계면 : 아주 슬프고 비통하게
이 이외에도 경드름, 반경드름(반드름), 설렁제, 등을 조에 포함시키기도 하는데, 이들은 대체로 평조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경드름은 19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경기도 여주 출신 소리꾼 염계달이 만들어내고,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송만갑(1865-1939)이 발전시킨 것으로, '경조'라고도 하는데, 경기도 민요 선율을 판소리화한 것이다. 경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서울 사람이나 왈자(건달)들의 행동을 그리는 장면에 쓰인다. [춘향가]에서 이별을 하면서 이도령이 춘향을 달래는 대목이나, 춘향이가 매를 맞았다는 말을 듣고 남원골 한량들이 사또를 욕하는 대목 등이다.
반경드름은 '반드름', 혹은 '추천목'이라고도 하는데, 19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경기도 출신의 소리꾼 염계달이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도 경기도 민요의 가락을 판소리화한 것이며, 경쾌한 느낌을 준다. [춘향가] 중에서 방자가 춘향의 그른 까닭을 따지는 대목, [수궁가]에서 용왕이 수궁 풍류를 베푸는 대목, 세상으로 살아나온 토끼가 자라를 욕하는 대목 등에 쓰인다.
설렁제는 '덜렁제', '권마성조', '드렁조'라고도 하는데, 가마꾼이 가마를 모는 소리인 권마성을 판소리화한 것이라고 한다. 19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전라북도 완주군 출신 소리꾼 권삼득이 만들었다. 경쾌하고 씩씩하고 호탕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경박한 인물이 거드럭거리며 외치고 나가는 대목에 주로 쓰인다. [춘향가]에서 군로 사령이 춘향을 잡으러 가는 대목, [심청가]에서 남경장사 선인들이 처녀를 사려고 외치는 대목, [흥보가]에서 놀보가 제비를 후리러가는 대목 등이 대표적이다.
조는 소리를 들은 다음 종합적인 느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판소리에 익숙한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조에서 기본이 되는 계면조와 우조는 우리 민족의 감성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서민적 감성 대 양반적 감성의 대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이한 것 중 하나는 판소리에서 가장 흥겨운 대목은 계면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슬픔과 기쁨을 거의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민족의 정서 상태를 반영한다. 평조는 우조나 계면조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중간 성질의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