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라는 이 예쁜 이름은 판소리의 전승계보와 관련하여 쓰인다. '바디'는 '받다'에서 나온 말인 듯하다. 그런데 '바디'는 '제'보다는 작은 개념이다. 그래서 '제' 속에 여러 개의 바디가 존재하게 된다. '바디' 대신에 '판'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같은 스승한테 똑같은 소리를 배워도 각자 개성이 있어 소리는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그 중에서도 보다 스승의 소리에 가까운 소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배운 대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배운 대로 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무언가 자기만의 것을 다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계보에 속하는 소리들을 따서 넣을 수도 있다. 계보의 순수성을 고집하지 않으려는 개방적인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그 사람이 하는 소리는 배운 것과는 다른 소리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이 소리는 이제 다른 '바디'가 된다. 그리고 바디의 이름은 처음 그 소리를 시작한 사람의 이름을 앞에 붙여 부른다.
예컨대, [김세종 바디 춘향가], [정정렬 바디 춘향가], [송만갑 바디 적벽가], 이런 식이다. 물론 하나의 바디로 설정되어 이름을 얻기 위해서는 소리가 예술적으로 훌륭해서 청중들의 호응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전승되어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디가 같으면 같은 작품의 개념으로 보아도 된다. 바디가 다른 경우에만 이본(異本)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남아서 전승되고 있는 바디를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바디는 '제'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함께 표시하기로 한다.

동편제 계보 1.

흥록송광록송우룡유성준
(바디)
임방울  
김연수
(바디)
오정숙이일주
조소녀
민소완
정광수김영자 
박초월최난수강광례
남해성 
조통달 
김수연 
전정민 
박동진  
송만갑
(바디)
김정문
(바디)
강도근안숙선
전인삼
박록주박송희
한농선
박봉래박봉술
(바디)
김동준
송순섭
김일구
안숙선
김소희
(바디)
신영희 
안행련 
안숙선 
이명희 
박계향 

* 유성준 바디는 [수궁가]와 [적벽가], 김정문 바디는 [흥보가], 박봉술 바디는 [적벽가], 박초월 바디는 [흥보가], 김소희 바디는 [춘향가]를 주로 전승하였다. 이 중에서도 김소희 바디 [춘향가]는 극히 일부에서만 송만갑 바디를 계승하였다.

동편제 계보 2

정춘풍 ― 박기홍 ― 조학진 ―박동진 ― 강정자
(바디)
* 정춘풍 바디는 [적벽가]만을 전승하였다.

동편제 계보 3.

김세종
(바디)
김찬업정재근정응민정권진 
성우향 
성창순이임례
조상현은희진
박춘성 

* 김세종 바디는 [춘향가]만을 전승하였다. 때로 김세종 바디를 '정응민 바디'라고 일컫기도 한다.

서편제 계보

유전정창업
(바디)
김창환
(바디)
김봉학정광수  
오수암박초월
(바디)
최난수강광례
조통달 
김수연 
김연수
(바디)
오정숙이일주 
민소완 
정정렬
(바디)
김여란최승희  
박초선  
이기권홍정택  
강종철  
김소희이명희  
안숙선  
신영희  
박계향  
김연수오정숙이일주 
조소녀 
민소완 
김소영 
박동진   
이날치
(바디)
김채만
(바디)
공창식조몽실  
공기남  
박종원한승호  
박후성  
박동실
(바디)
공대일  
한애순  
김동준이성근 
장월중선정순임 
김소희이명희 
안숙선 
정재근정응민
(바디)
정권진   
성우향   
성창순이임례  
조상현은희진  
박춘성   
김소희이명희  
안숙선  

* 김창환 바디는 [흥보가], 김채만 바디 중에서 박종원 계통은 [적벽가], 박동실 바디는 [심청가], 정정렬 바디는 [춘향가], 정응민 바디는 [심청가]를 주로 전승하였다.

중고제 계보

김성옥김정근김창룡
(바디)
 
김창진
(바디)
박동진
이동백
(바디)
강장원

* 중고제 소리는 주로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가 전승되고 있었는데, 박동진에게 이어진 소리는 [심청가]이며, 다른 소리는 부분적으로 전승되는 한두 대목을 제외하고는 전승이 끊어졌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어떤 사람의 소리를 다른 바디로 설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대체로 합의가 된 상태에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그래서 같은 작품인데도 '김채만 바디'라고도 하고, '이날치 바디'라고도 한다.

'제'나 '바디'는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목요연하게 도표로 그릴 수는 있지만, 이것은 전승의 실상, 곧 무엇을 얼마나 이어받았는지는 무시하고 작성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전승계보 하나만을 가지고 판소리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제'와 '바디'를 말할 때는 항상 주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