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치는 사람이 고수이다. 판소리에서 사용하는 북은 그냥 '소리북'이라고도 하고, '고장북'이라고도 한다. 농악북과는 크기는 비슷하지만 만드는 방식이나 모양이 다르다. 농악북은 어깨로부터 허리까지 길게 매달고 뛰어다니며 쳐야 되기 때문에 가볍고, 소리도 탱탱하여 울림이 크다. 그러나 판소리북은 바닥에 발로 괴어놓고 치기 때문에 무게가 있다. 또 북의 윗부분을 치는 일이 많아서 이 부분이 약간 둥그스름하면서도 평평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농악북은 북의 양 편에 댄 가죽을 가죽끈으로 서로 묶어서 매고, 북통은 그냥 나무가 그대로 드러나게 되어 있지만, 소리북은 가죽을 북통 양 옆에 못으로 박아놓았고, 북통 또한 북채에 맞아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죽으로 덮어 씌웠다.
북통에 맨 가죽은 소 겉가죽을 쓰므로 매우 질기다. 북통은 큰 통나무의 안을 파내어 쓰기도 하고(통북), 여러 개의 나무 조각을 이어붙여서 만들기도 한다(쪽북). 크기는 보통 지름이 40cm 정도이고, 북통의 넓이는 25cm정도 된다. 소리북은 농악북보다 북통을 만드는 나무가 훨씬 두꺼워 무겁다. 따라서 깊이 있고, 무게 있는 소리가 난다.
북은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손은 엄지손가락을 왼쪽 북통 끝에 가볍게 걸치고 손바닥을 모아서 '궁'하고 가죽을 치거나, '구궁'하고 굴려서 친다. 오른손에는 북채를 쥐고 오른편 북가죽의 한가운데, 북통의 오른편 가장자리, 북통의 맨 위 한가운데 등을 친다. 북통의 오른편 가장자리를 '반각' 혹은 '소각'이라고 하며, 북통의 맨 위 한가운데는 '온각' 또는 '대각'이라고 한다. 북통을 칠 때는 살짝 치거나, 세게 치거나, 아니면 '따르닥'하고 굴려 친다. 북의 왼편, 손바닥으로 치는 쪽을 궁편, 북채로 치는 쪽을 채편이라고 한다. 북채는 탱자나무나 박달나무를 둥글게 깎아 쓰는데, 탱자나무를 가장 많이 쓴다. 탱자나무 북채가 부드러운 소리가 나서 판소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북채는 지름이 약 2cm 정도이고, 길이는 25-28cm 정도 되는 것을 사용한다.
고수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소는 자세, 가락, 추임새이다.
고수의 자세는 책상다리를 하고, 허리를 펴며, 창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앉는 것이 기본이다. 북은 왼편 무릎 앞이나 왼쪽에 놓고, 왼 무릎과 오른발 발바닥으로 움직이지 않게 받쳐 준다. 소리를 하는 도중에 쓸 데 없는 동작으로 산만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고수의 자세는 자연스럽고, 의젓하며, 유연해야 한다.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은 흐트러지지 않고 부드러워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의젓해야 한다는 것은 경박하지 않고 무게 있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연해야 한다는 것은 경직되지 않아서 어떠한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여유 있는 태도를 말한다.
잘못된 고수의 자세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여기서 들고 있는 자세들은 대개의 경우 자신이 없거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버릇이 된 것들인데, 한번 버릇이 되어버리면 고치기가 힘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세를 바로 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락'이란 고수가 치는 다양하게 변화된 리듬형을 가리키는데, 이는 오랜 수련을 통해서 습득해야 한다. 고수는 다양하게 변화된 북가락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하지만, 아무 때나 다양한 북가락을 치는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때 즉흥적으로 소리와 잘 어울리는 북가락을 만들어 쳐야 한다. 어떤 리듬형이 소리의 어떤 부분에 잘 어울리는가를 그때그때 알아서 잘 치기 위해서는, 수많은 소리와 소리꾼을 접해야 한다. '소년 명창은 있어도, 소년 명고수는 없다'고 하는데, 이는 그만큼 명고수가 되기 위해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길고 힘든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또 아마추어로서 최고의 명고수였던 송영주라고 하는 사람은 늘 말하기를, "북은 만 번 친 사람과 만한 번 친 사람이 다르다."고 했는데, 이 또한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을 통해서만 훌륭한 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그러면 판소리 공연 중에 고수는 어떠한 일을 맡는가. 물론 고수가 판소리 공연 중에 하는 역할은 북장단과 추임새를 통하여 하게 된다. 따라서 고수의 역할은 추임새와 북장단의 기능을 합친 것이 된다. 추임새의 기능은 뒷장에서 말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북장단을 통한 기능만을 언급하기로 한다.
첫째, 반주의 기능이다. 북장단은 일단 소리에 따라 장단을 맞춰주어, 소리꾼이 소리하기에 편하게 해주는 것이 첫 번째 기능이다. 이것이 반주에 해당하는 것인가, 합주에 해당하는 것인가 하는 것은 해결해야할 과제이지만, 일단 여기서는 반주의 기능으로 보기로 한다. 고수는 소리에 알맞는 북가락을 쳐줌으로써, 소리만의 단순성을 벗어나게 하고, 또 소리에 광채를 더해 줄 수도 있다.
둘째, 소리의 공간을 메꾸어 준다. 이는 소리가 쉬는 휴지부를 북가락으로 메꾸어 줌으로써 소리를 보충하는 구실을 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효과를 대신한다. 예컨대 수많은 군사들이 맞붙어 싸우는 전투 장면같은 곳에서는, 북가락을 힘차고 복잡하게 쳐서 군마가 뛰어다니며 싸우는 효과음을 대신할 수도 있고, '북을 두리둥 두리둥 울리면서'하는 구절에서는 북장단도 '두리둥 두리둥' 울려주어 북소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 춘향이가 매를 맞는 대목에서는 북통 복판을 세게 쳐서 매맞는 효과음처럼 들리게 할 수도 있다.
넷째,, 효과를 대신한다. 예컨대 수많은 군사들이 맞붙어 싸우는 전투 장면같은 곳에서는, 북가락을 힘차고 복잡하게 쳐서 군마가 뛰어다니며 싸우는 효과음을 대신할 수도 있고, '북을 두리둥 두리둥 울리면서'하는 구절에서는 북장단도 '두리둥 두리둥' 울려주어 북소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 춘향이가 매를 맞는 대목에서는 북통 복판을 세게 쳐서 매맞는 효과음처럼 들리게 할 수도 있다.
다섯째, 보비위 기능을 들 수 있다. 보비위란 소리꾼이 기교를 부리기 위해 소리의 템포를 늘이는 경우, 이에 따라 북장단도 같이 늘어지게 친다거나(따라치기), 소리꾼이 잘못하여 박자를 빼먹거나 늘였을 경우(12박자를 11박자로 부른다거나, 13박자로 부르는 경우), 얼른 이를 가늠하여 맞춰주는 일을 말한다.
요컨대, 판소리 공연에 들어서면 소리꾼과 고수는 공동 운명체이므로, 서로 잘못은 감싸주고, 잘 하는 것은 힘을 북돋우어 더 잘 하게 하여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들을 일일이 들기로 하면 이보다 더 많은 기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두드러지는 것만을 이렇게 간추릴 수 있다.
판소리에서 고수의 중요성을 나타낸 말로, '일고수 이명창'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흔히 고수가 더 중요하고 다음이 명창이란 뜻으로 해석한다. 이 말의 일반적 해석처럼 판소리에서 고수가 더 중요하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위에서 든 여러 가지 기능으로 보아 고수도 소리꾼만큼 중요성을 가진 존재임에는 틀림없다고 하겠다.
판소리사에서 보면, 초기에는 고수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것 같다. 보수도 소리꾼의 3분의1 정도에 불과 했고, 소리를 하러 갈 때도 소리꾼은 말을 타고 가는데, 고수는 북을 짊어지고 걸어가야 했다. 그래서 고수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항상 불만을 가졌고, 고수 노릇을 소리를 배우기 위한 방편 쯤으로 생각했다. 많은 명창들이 고수를 거쳐 명창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고법은 많은 발전을 했고, 이에 따라 고수의 중요성이 커졌으며, 애초부터 고수가 되겠다고 시작하는 사람이 나오게 되었다. 이제 고수는 소리하다가 실패하거나, 소리꾼이 되기 위한 방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독자적인 예술가로 대접받으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